모바일 메뉴

풀무원뉴스룸

  • 이슈와 칼럼
  • 전문가 칼럼
  • 2018년 5월 23일

[칼럼] 동물복지를 위한 산란계 사육시설

  • 페이스북
  • 트위터

요즘 TV를 보면 반려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유기견이나 유기묘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신문기사들도 종종 접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는 ‘동물복지’라는 단어를 낯설게 느끼거나 어색해 하지 않으며 사용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반려동물의 학대에 대한 정서적인 문제해결을 논의하면서 ‘동물복지’의 대중적 사용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전부터 농장동물(축산)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복지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이와 관련한 전문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해 제한적으로 동물복지가 논의될 뿐이었다.

 

하지만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농장동물의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각되기 시작하였으며 소비자들이 축산물의 생산단계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마련되어 2012년부터 산란계를 시작으로 돼지, 육계, 한·육우 및 젖소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1. 산란계와 사육시설

 

산란계는 ‘알을 낳는 닭’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먹는 삼계탕이나 프라이드치킨에 사용되는 삼계나 육계와는 사육목적이나 품종이 다른 닭이다. 그동안 산란계를 보다 쉽게 관리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산란계 사육시설이 발전되어 왔으며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무창계사(無窓鷄舍)’와 ‘케이지(Cage)’이다. 무창계사라는 것은 ‘창이 없는 형태의 닭을 키우는 건물’이라는 뜻이나 실제 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샌드위치 패널 등의 단열재로 만들어진 밀폐된 건물로 외부의 온도변화에 따른 내부의 온도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축사 내부의 환기와 온도를 제어하기 용이한 축사형태이다. 그리고 케이지는 산란계들을 일정한 크기의 사육틀에 가둬 사육하는 시설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함과 더불어 자동으로 사료를 공급하는 자동 급이기와 계란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자동 집란기 등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산란계들을 사육하고 빠르게 계란을 상품화할 수 있는 사육시설이다(그림 1).

 

 

동물복지 케이지 사육시설

그림 1. 케이지 사육시설

 

 

2. 문제의 시작

 

이처럼 관리가 쉬우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육시설들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고작 A4 용지 한 장 정도의 면적이다. 즉,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흙을 파면서 먹이를 쪼고, 횃대에 오르고, 날갯짓을 하는 등의 본능적인 행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하였던 유럽에서는 동물복지의 향상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들과 기존의 사육시설을 고수하는 생산자들 간의 설전이 오고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닭들이 본능적 행동을 표출할 수 있도록 케이지가 아닌 평사사육(平舍飼育, 축사 바닥에서 키우는 방법)이나 방사사육(放舍飼育, 풀어놓고 키우는 방법)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반면에 생산자들은 산란계들에게 항상 적정한 온도를 제공하고, 외부의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사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주어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존의 사육시설들을 고수하였다.

 

 

3. 동물복지 사육시설

 

동물보호단체와 생산자들 간의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동안 일부에서는 새로운 산란계 사육시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동물복지를 위해서 요구되는 평사사육과 방사사육은 산란계가 자유롭게 행동을 표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만큼 가축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계란이 오염되거나 깨지는 등 생산성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동물복지를 향상시키면서 가축관리나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한 결과, 다단식 사육시설(multi-tier), 복지형 케이지(Enriched cage)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새로운 사육시설들이 개발되었다.

 

현재 가장 선호되는 사육시설은 다단식 사육시설인데 이 시설은 개방된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란계가 자유롭게 각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이 시설은 산란상(알을 낳는 공간) 및 횃대(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막대)가 설치되어 있어 산란계의 자유로운 행동표출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자동 급이기나 자동 집란기 등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축관리 및 생산성과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그림 2).

하지만 평사나 방사사육에 비하여 시설의 설치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 복지형 케이지는 기존의 케이지와 유사한 형태이나 내부에 횃대, 산란상 등을 설치하여 산란계의 본능을 일부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든 사육시설이다. 하지만 사육공간이 협소하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시설이다.

 

 

다단식 사육시설

그림 2. 다단식 사육시설

 


4. 동물복지 인증과 국내현황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동물복지적인 산란계 사육방법은 앞서 설명한 평사사육, 방사사육 그리고 다단식 사육시설을 활용한 사육방법 이 3가지가 대표적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닭들이 자유롭데 다닐 수 있는 위의 사육방법들 중의 한 가지 사육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그 외에 필수적인 사육시설 및 관리방안들에 대한 세부항목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현재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획득한 산란계 농가는 95개소(2018년 3월 기준)로 대부분의 농가들이 평사사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사육면적 확보가 용이하고 시설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의 규모화를 고려하거나 여건이 허락하는 경우 다단식 사육시설을 설치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마치며..

 

최근 들어 축산박람회에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제품들이 동물복지와 관련된 시설들로 축산분야의 동물복지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관련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낸다. 앞서 소개드린 다단식 사육시설도 국내외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여 농가들의 선택을 기다리며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사육시설의 개발과 경쟁이 동물복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자의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와 가축관리의 태도이다. 즉, 동물복지는 ‘동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배려’임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를 위해서 평사사육을 하든지 방사사육을 하든지 아니면 다단식 사육시설을 이용하든지 그건 사육시설에 대한 선택일 뿐이다. 어떤 사육방식을 선택하든 그 사육방식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산란계가 불필요한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끝으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발전된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본 칼럼은 풀무원 뉴스룸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