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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5월 18일

[인터뷰] "출산·육아 지원은 특혜가 아닌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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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풀무원의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43.8%입니다. 

외벌이 가구보다 아직 적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만큼 맞벌이 가구 비율은 계속 증가할 전망입니다. 또 가사분담, 출산, 육아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최근 대선주자들의 주요 공약 소재이기도 합니다.
 

풀무원은 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 실현을 위해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를 만들고 <아이손Job고>라는 사내 캠페인을 벌이고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제도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그린미팅’을 통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 점입니다.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를 개발한 그린미팅 팀의 리더 ㈜푸드머스 SCM팀 김진영님을 만났습니다.

*그린미팅이란? 사내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모여 문제정의, 해결방안수립, 실행 단계를 통해 회사의 중요한 이슈를 해결하는 풀무원의 대표 혁신 프로그램입니다.


 

 

 

대디&맘스 패키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처음 이 제도의 이름은 대디가 빠진 ‘맘스패키지(Mom’s Package)‘였습니다. 임신을 하고 출산 후 복직까지 엄마가 되는 여성 직원들을 위한 제도를 개발하려는 의도였죠. 사실 풀무원의 여성친화 제도는 정말 잘 돼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해도 부러울 점이 없을 정도죠.
 
하지만 이번 그린미팅 팀원들과 논의를 하면 할수록 남자 직원을 위한 제도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육아는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인데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대디&맘스 패키지’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임신은 여자가 하는 것인데 남자 직원을 위한 제도가 필요할까요?


정말 모르시는 말씀! 부인이 임신을 하면 가장 많이 도와야 할 사람은 남편입니다. 저도 지금 지금 아이가 있고 2015년에 육아휴직을 다녀왔습니다.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남편의 ‘야근 통보 전화’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루 종일 아이를 보다가 남편이 퇴근하면 비로소 쉴 수 있는데 야근 한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죠.
 

그래서 이번 ‘대디&맘스 패키지’는 단순한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육아와 출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아와 출산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한다는 것. 이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이손Job고>라는 사내 캠페인도 벌였죠.
 


‘아이손Job고’ 캠페인 이름이 재미있네요. 중의적인 의미인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으면서 직장도 잡는다 정도로 보시면 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리플릿도 나눠주고 사내 이벤트도 진행했죠.

 

 

 

 

리플릿을 보니 임신기 단축근로제가 먼저 눈에 띄네요.
 
임신 단축근로제는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여성 근로자들이 1일 최대 2시간 단축 근무를 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풀무원만의 제도가 아니라 법으로 정해 놓은 건데 실효성이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왜 그렇죠? 임산부에게 매우 좋은 제도인 것 같은데.
 
임신 초기는 산모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이고 통상 12주까지를 임신 초로 잡지만 개인차가 있어 상당수 산모들이 14주까지 체력 저하를 호소합니다. 또 36주 이후에는 대부분 출산휴가를 들어가기 때문에 정작 단축근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했죠. 그래서 저희는 앞뒤로 2주씩 더 연장했습니다. 즉, 14주 이내 혹은 34주 이후 임신한 직원은 단축근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죠. 

 


그런데 일각에서는 단축 근무제도를 제도를 두고 ‘배부른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사내문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임신했을 당시에는 팀장님이 항상 먼저 배려해주셔서 마음 편히 단축근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4시가 되면 팀장님 먼저 퇴근하라고 말씀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조성이 됐어요. 저 말고 다른 직원들도 임신 후 편하게 단축근무를 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비교적 이런 분위기는 잘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임신을 해보면 정말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단축 근무제도를 여자만 받는 ‘특혜’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의 배우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덧붙이지만 이번 ‘맘스&대디 패키지’에서 산모의 단축근무 기간 연장은 그린미팅 팀원 중 저를 포함해서 출산 경험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출산 경험자만이 낼 수 있던 아이디어는 또 없나요?
 
리플릿에 출산,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정리해놨습니다. 막상 아이를 가지면 머리가 ‘멍’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물어볼 곳이 별로 없습니다. 어린이집 신청도 미리 해야 하고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다들 경험이 없으니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맞벌이 하는 부부들은 회사일 때문에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죠. 


그래서 모성보호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고용보험 사이트, 부모교육과 아빠참여교실 등 강의부터 일가정양립 제도 및 정책을 알아볼 수 있는 여성가족부 사이트, 임신육종합토털 아이사랑 사이트 등 꼭 필요한 사이트 정보를 리플릿에 담았습니다.
 
 

 


리플릿이 더욱 돋보이는 군요. ^^ 이번 제도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꼽고 싶습니다.
 제도적으로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2개월을 합쳐 총 15개월의 휴가를 쓸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사례가 찾기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15개월씩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하는데 1년이 넘도록 동료들에게 떠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체인력 채용 지원은 정말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제가 육아휴직에 들어갔을 때 대체근무자가 있었고, 요즘은 회사에서 대체근무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서 다들 15개월을 꽉꽉 채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있어요.
출산과 육아로 6개월 이상 부재자가 발생할 경우 인사팀에 요청하면 됩니다.
 

 

풀무원의 출산육아 지원 제도의 문제점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히 풀무원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건드릴 곳이 없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아빠에 대한 제도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육아제도는 절대 엄마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는 엄마 외에도 아빠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아빠를 위한 제도로 예를 들자면?

 

우선 임산부를 배려하는 분위기를 더 조성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 직원의 의자 헤드레스트에 모성보호커버표식 커버를 씌웠는데요. 이번에 배우자가 임신한 남성 직원들의 의자에도 똑같이 커버를 씌웠죠

 

 

▲ 모성보호표식 커버, 임신한 여자 직원뿐만 아니라 부인이 임신한 남자 직원에게도 커버를 제공하고 있다.


 
남성 직원들 자리에 씌운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배우자가 직접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닐텐데.


이 모성보호커버 표식을 남성 직원들에게 적용한 이후 남자 직원들의 태아검진휴가 사용이 활발해 졌습니다. 산모들은 만삭에 가까워질수록 거동 하나 하나가 다 힘들어집니다. 이럴 때 남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특히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갈 때 남편이 함께하면 몸은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실제 한 남성 직원이 얘기해 주셨는데 모성호보표식 커버를 단 이후에 주변에서 먼저 칼퇴를 권유한다며 좋아하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또 태아검진휴가를 쓸 때도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썼다고 하네요.


 

▲ '행복한 대디&맘을 위한 제도지원 한눈에 보기' 리플렛


 

남성 직원에게도 태아검진휴가를 제공하나요?
 
네, 여자 직원뿐만 아니라 풀무원의 남자 직원들도 팀장 등 상위자의 승인 없이 태아검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대 4일까지 사용할 수 있고, 연차를 모두 소진했을 경우에는 최대 8회의 반일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남성 직원이 받는 혜택은 무엇이 있을까요?

 

배우자가 임신한 남자 직원에게도 임신한 여자 직원과 똑같이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전자파 차단 담요’를 선물로 증정하고 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뿐만 다양한 전자기기가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임신을 하면 정말 작은 것도 세심하게 따지게 되거든요. 이런 산모의 마음을 반영해서 남자 직원에게도 배우자가 임신을 하면 전자파 차단 담요를 제공하는 것이죠.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에 대해 남자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계세요. 일단 사내에 리플릿을 돌리니까 출산 준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으세요. 

특히, 이번에 남성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남자 직원들이 출산, 육아와 관련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남자 직원들이 본인도 해당된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면서,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들은 꼼꼼하게 대디&맘스 패키지 제도를 검토하고 문의를 주셔서 한 번 더 보람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은? 

 

풀무원은 출산육아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마치 여자 직원만을 위한 것이고 남자 직원에 대한 역차별로 생각하는 분들이 일부 있습니다. 이는 출산육아 제도의 본래 취지가 잘 전달되지 않아 나타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대디&맘스 패키지’를 사내 직원들에게 알리면서 출산육아 제도가 일부를 위한 특혜가 아닌 출산과 육아를 겪고 있는 남녀 모든 직원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배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형성돼야 궁극적으로 ‘제도’ 자체가 필요 없을 정도의 성숙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이 제도의 취지에 동감해 주셔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심상정 후보가 ‘슈퍼우먼 방지법’을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엄마가 슈퍼우먼이 돼서 모든 것을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이죠. 비록 심후보가 당선되진 않았지만 출산과 육아는 엄마와 아빠의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모두 알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푸드머스 SCM팀 김진영님
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입사 11년차, ‘슈퍼우먼’이 아닌 ‘가장 보통의 직장인’이자 세살 아이를 둔 엄마. 하지만 소비자 중심 경영의 핵심인 SCM팀에 소속되어 업무적으로는 슈퍼우먼이다. 고객, 협력사, 사업장의 클레임을 분석하여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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