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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2월 22일

김치,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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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싫어하는 한국의 어린이들

 

우리 내외는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외갓집 부모님들이 돌보아 주신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딸아이는 편식을 하지 않고 어느 음식이든지 잘 먹는다. 심지어 내가 먹기에도 어려운 내장탕, 선짓국 등도 서슴없이 먹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입맛이라는 것이 자라온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유독 먹지 않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김치’ 이다. 직업이 김치를 개발하는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을 무턱대고 강요할 수도 없다.

 

 

▲ 인사동 뮤지엄김치간(間)에서 '김치피자'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김치는 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찬(餐)으로 최근의 쌀 소비감소와 서구화된 식생활 변화로 김치 소비량이 줄어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볼 때, 김치의 종주국으로 김장문화를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등의 대외 정책을 활발히 하며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김치소비 확산을 위한 그 동안의 우리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김치의 세계화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금년도에는 제주도 해녀(海女)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한국은 총 19 건(전체 330여건)으로 많은 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등록된 유산들 외 기존 등재된 무형유산들인 종묘제례약,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농악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를 알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산이란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그 속에 살면서 앞으로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으로, 앞으로 김치, 김장문화에 대해서도 어떻게 발전하고 계승시켜 나갈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전과 비교하면 소비량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아직 김치는 쌀, 우유와 함께 한국인들이 많이 소비하는 식품 중 하나로 연간 소비되는 양도 1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50%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한국은 김치 수입량이 수출량에 비해 휠씬 큰 규모로 종주국을 자처하는 나라로서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김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되는 셈이다.

 

 

▲ 미국 식료품가게에 진열된 다양한 김치 제품 (*출처: flyckr by liz west)

 

 

정부는 이러한 무역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외교성과로 금년 1월부터 중국에 다시 김치를 수출하게 되었고 이에 발맞춰 금년 중국에 100만불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자유무역경쟁의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그 재화의 가치에 지불하는 것으로 한국산 김치가 중국현지에서 제조하는 김치와 비교해 2∼3배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기는 망설여진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국산 김치가 지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인데, 프랑스 포도주, 이탈리아 발사믹식초, 프랑스 게랑드소금 등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가격에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구매되는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치, 이제 변화야 할 때

 

김치는 다양한 효능을 지닌 원료와 그 원료가 발효되어 생성되는 유산균 및 대사물질의 기능이 널리 알려져 있고 발효로 인한 고유의 맛과 풍미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음식이다. 세계의 어느 식품과 비교해도 김치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식품이며 앞으로의 시대에 더 주목받을 음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김치 소비를 확대하고 세계인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선 한국의 김치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먼저 김치가 가진 속성을 이해하면서 주식이 아닌 찬류로서의 기능에 맞도록 해외의 다양한 음식과 조화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김치가 가지고 있는 효능 및 기능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서 한국에서의 김치 지위와 가치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후기만 해도 현대와 같은 통배추김치는 궁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이것을 궁중이나 반가의 음식을 먹으려는 서민들의 여러 노력들(품종 개량, 재배기술 개발)로 지금의 배추김치는 사계절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공기와 같이 너무 가깝게 있어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해외에서 김치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전 도시락 반찬의 김치를 부끄러워한 우리의 모습, 역한 냄새를 지닌 블루치즈는 고급이라 여기며 김치냄새를 터부시하는 젊은 세대들, 김치를 먹기 싫어하는 어린아이들, 이런 모습에 대해 다시한번 깊이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한국의 김치를 소중히 여기며 가치를 인정해야만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캘리포니아롤이 스시를 먹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맞춰 변형된 것처럼 김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 김치의 본질은 지니되 좀 더 유연한 사고로 현대 식문화와 외국인 입맛에 맞도록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은 풀무원 뉴스룸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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